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전시 《GRAVITY: 그 당연함에 대하여》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끌어당기는 절대적인 법칙, '중력'의 속성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대상을 깊이 관찰하고 화폭에 담아내는 행위는, 중력이 그러하듯 대상을 향해 작용하는 당연하고 거부할 수 없는 끌림과 닮아있다.
이번 작업에서 물을 가득 머금은 수채화와 과슈 물감은 중력을 따라 화면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작가의 손끝을 떠나 캔버스 위를 가로지르는 물의 궤적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인 동시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깊어지는 기억과 감정의 자국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역시 이러한 순리 안에 놓여 있다. 깊은 애정을 나누는 기쁨과 언젠가 맞이할 필연적인 이별은, 중력처럼 피할 수 없는 삶의 당연한 흐름이다. 캔버스 위에 수직으로 맺히는 물감의 흐름에는 이 아리고도 무거운 순리의 무게가 담겨 있다.
작가는 물감의 흘러내림이라는 시각적 언어를 통해 순리를 담담히 쫓아간다. 이번 전시가 중력이 만들어낸 궤적을 따라, 우리 삶을 이루는 당연한 순리와 그 안에 들어찬 순간들을 가만히 반추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이승종 인탈리오 판화전: 자본의 표면과 존재의 심연
《이승종 인탈리오 판화전: 자본의 표면과 존재의 심연》
Lee Seung Jong Intaglio Print Exhibition: The Surface of Capital and the Abyss of Existence
본 전시는 현대 사회에서 돈이 갖는 가치와 실재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판화는 원본이 복수로 제작되는 복제 형식을 띤다. 이는 실물 화폐(원본) 없이 디지털 데이터(복사본)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대 금융 시스템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사회이론가 장 보드리야르는 이러한 현상을 ‘시뮬라크르(Simulacra)’, 즉 원본 없는 복제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인식 아래 본인은 오목판(Intaglio) 판화 연작을 통해 1달러에서 100달러까지의 미국 지폐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찢기고, 구겨지고, 파쇄된 지폐의 형상은 돈이 상징하는 가치와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또한 지폐 속 인물들의 초상에 붙인 ‘고뇌(Agony)’라는 제목은 자본 시스템 속에서 인간이 겪는 근본적인 갈등을 은유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시스템의 겉모습, 즉 ‘자본의 표면’ 아래에는 어떤 진정한 실체가 있을까. 이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관람객에게 ‘존재의 심연’을 향한 질문을 던지며, 눈에 보이는 가치 너머의 실재를 탐색하는 작가의 사유 과정을 공유한다.
《이승종 인탈리오 판화전: 자본의 표면과 존재의 심연》
작가: 이승종 @st_john_lee
뉴욕 브루클린 컬리지 미술학 석사, 판화 전공
미국 타마린드 인스티튜트 석판화 과정 수료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학사
25. 10. 29. - 25. 11. 04.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