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끌어안는 방법, THE WAY I HUG MYSELF》
우리는 언제쯤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이번 전시는 사랑, 불안, 수치심, 평온과 같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을 마주한다. 감정을 이해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기보다, 감정이 있는 그대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한다. 작품들은 빠른 해석이나 명확한 메시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관람자가 한 장면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에 조용히 접촉하도록 이끈다. 이 과정에서 불안과 수치심은 제거되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사랑과 평온으로 향하는 과정 속에 함께 존재하는 상태로 다루어진다. 각자가 자신의 속도로 감정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끌어안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긴다. 《내가 나를 끌어안는 방법, THE WAY I HUG MYSELF》는 스스로에게 다정해지는 연습을 위한 공간이다.
작가는 사랑과 불안, 수치심과 평온처럼 말로 규정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이미지로 탐구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설명되기보다 한 장면 속에 머무르며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작가의 작업은 감정을 해결하거나 교정하기보다 감정과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작업 속에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몸, 텅 빈 공간, 반복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는 특정한 인물이나 이야기를 지시하기보다는 관람자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여백으로 기능하고, 감정과 조용히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1. 비상, 2026, 캔버스에 아크릴, 30.5×41cm
망설임 이후에 남겨진 첫 움직임의 자리를 기록한다. 어두운 시간을 지나 충분히 머문 뒤에야 비로소 한 발을 내딛는다. 이 발자국은 도착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기로 한 선택의 흔적이다.
2. 불꽃, 2023, 캔버스에 아크릴, 24×30cm
이 작품은 통제되지 않은 몸의 움직임에서 출발한다. 붉은 바탕 위에 남겨진 흰색의 흔적은 형태보다 리듬에 가깝다. 불꽃은 목적 없이 움직일 때 가장 자유롭다.
3. 사랑하는 여인, 2015, 캔버스에 아크릴, 73×91cm
더 이상 증명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으며, 설명하지 않는 자리. 여인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머무를 수 있는 존재로 서 있다.
4. 균열, 2023, 캔버스에 아크릴, 30.5×41cm
이 작품은 자신을 유지해오던 형태에 처음으로 금이 가는 순간을 다룬다. 화살표는 방향을 가리키지만, 동시에 돌파의 의지를 드러낸다. 이 균열은 파괴가 아니라 변화를 허용하는 시작이다.
《내가 나를 끌어안는 방법, THE WAY I HUG MYSELF》
작가: 정채은(모먼) @momon_moment_painting
26. 01. 19. - 26. 01. 21.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
독
차가운 화형
《차가운 화형》
갓 엮어낸 꽃다발을 안아들 때에는 싱그러운 향기와 화려한 색감에 시선이 사로잡히지만, 더러는 서서히 시들기 시작하는 것을 다듬고 솎아 내면서 비로소 가려져 있던 꽃송이 하나하나의 기이한 아름다움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화병 속 흐드러지게 핀 꽃들엔 가볍게 꺾어 드는 것만으로도 위험한 독성이, 거세게 일어난 파도 아래는 미처 구하지 못한 어린 동생이, 눈 덮인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집을 떠나간 사랑하는 이들을 그리는 노래가 숨어 있습니다. 새하얀 케이크엔 촛불 대신 향이 꽂혔고, 거울 너머의 고요한 밤바다 위로 흐릿하게 불길이 번지기 시작합니다.
설경을 걷는 아이들, 노을 지는 바다, 가지런히 꽂힌 꽃 등 익숙한 소재의 조합임에도 그림이 어쩐지 현실에서 동떨어진 듯 보인다면 그건 다시금 가만히 들여다보았을 때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의 낮은 온도에서 기인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가 눈으로 바라본 풍경 및 글과 소리의 형태로 받아들인 여러 화소가 한데 섞여 한 장으로 거듭난 그림은 어떠한 장면을 묘사할 뿐 이 다음이 어떻게 된다거나 하는 방향을 제시하지도, 보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요하지도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무겁고 강렬한 색조 또한 관람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며 때로는 난해하고, 어둡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끝맺어지지 않은 이야기는 전시명인 차가운 화형(花形), 즉, 제멋대로 자라나며 틀어지고 열리는 꽃의 형태처럼 어떻게 뻗어나갈지 모르는 가능성과 미래를 제시합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밤의 어둠은 오랜 공포인 동시에 지친 얼굴을 감추고 몸을 누이는 안식처가 되는 것처럼요.
그런 이상한 그림들을 모았습니다.
작가: 독 @username.dok
25. 08. 14. - 25. 08. 17.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