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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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하는 표면》은 물의 부피와 그 물리적 속성을 회화적 표면 위에서 다루는 작업으로 구성된다. 형태를 갖지 않는 물은 일정한 모습을 유지하지 않지만, '팽창하는 표면'은 부피를 지니며 공간을 점유한다. 이 전시는 그러한 보이지 않는 물의 부피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질문에서 출발한다.
전시장에 놓인 작업들은 평평한 캔버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더 이상 평면에 머물지 않는다. 구겨지고 눌리며 변형된 표면은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의해 밀려나고, 그 결과로 굴곡과 팽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표면은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 압력과 밀도가 작용한 흔적을 드러내는 상태로 존재한다.
관람자는 작품을 ‘읽기’보다 ‘마주하게’ 된다. 표면 위에 드러난 형태는 특정한 대상을 지시하지 않지만, 물이 지닌 부피와 흐름, 그리고 그것이 남긴 흔적을 물질적으로 환기시킨다.
이 전시는 평면과 부피 사이의 경계를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표면 안에서 두 성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상태를 제시하며, 회화가 물리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팽창하는 표면》은 보이지 않는 부피가 어떻게 표면을 통해 드러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형태를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자리이다.
STANDARD FORM
현대 사회에서 사회화는 개인이 공동체의 질서 안으로 편입되기 위한 필연적 통과의례로 간주된다. 그러나 이 과정은 단순한 적응이나 성장의 단계가 아니라, 개체의 돌출된 지점을 지속적으로 마모시키며 차이를 제거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가 설정한 규격적 형식 안으로 수렴시키는 구조적 압력으로 작동한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화를 자연스러운 발달의 서사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반복되는 마찰과 규율, 그리고 보이지 않는 통제 장치들을 통해 개체를 점진적으로 균질화하는 과정으로 인식된다. 이때 사회는 개체를 보호하거나 성장시키는 환경이 아니라, 형태를 재단하고 표준을 강제하는 거대한 연마 장치에 가깝다.
원형 캔버스 위에 중첩되는 색의 띠는 양궁판이나 표적과 유사한 시각 구조를 형성하며, 끊임없이 중심을 향해 정렬되는 힘의 장을 드러낸다. 동심원의 반복은 단순한 기하학적 질서가 아니라, 개체를 일정한 궤도 안으로 편입시키는 사회적 규범과 중심성의 논리를 시각화한 것이다. 이는 중심을 향한 수렴이 곧 안정이나 조화를 의미한다는 통념을 전제하면서도,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통제의 메커니즘을 드러낸다. 회전과 마찰의 이미지는 개체가 사회적 규율 속에서 지속적으로 다듬어지고 削去(삭거)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원형은 완결된 조화의 상징이 아니라, 반복된 마모 끝에 남겨진 균질화의 결과물이다. 즉, 그것은 차이와 저항이 제거된 이후에만 가능한 형태이며, 동시에 그 소거의 흔적을 내포한 형식이다. 결국 이 작업은 사회화라는 이름 아래 작동하는 동질화의 장치를 드러내고, 그 과정에서 소멸되거나 억압되는 개체성의 층위를 비판적으로 가시화한다. 원형은 완성의 도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규격화와 통제의 과정이 남긴 형식적 잔여물로 제시된다.
《STANDARD FORM》
작가: 정나영
Ph.D. 홍익대학교 미술학박사
M. F. A. 홍익대학교 미술학석사
B.F.A. 국립목포대학교 미술학사
2020 ACC_R 레지던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
2019 W 미술관 창작 레지던시, 익산
26. 02. 24. - 26. 02. 27.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