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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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역사, 제도, 환경 등 다층적인 층위에 의해 고유한 도시 형태(Urban Morphology)를 갖추며, 이는 DNA와 같이 물리적 조직 속에 흔적으로 각인된다. 건축이 도시적 맥락(Context)을 세밀하게 읽어내지 못할 때, 건축물은 주변과 단절된 채 독성을 가진 파편적 조직으로 전락한다. 본 전시는 도시의 유전자를 해독하는 방법론으로서 '슈태테바우(Städtebau)'를 소개한다. 이는 도시와 건축이라는 두 스케일 사이의 유기적 매개체로서, 건축이 도시라는 생태계 내에서 어떻게 상호 소통하고 공존할 수 있는지 그 실천적 방법론을 탐구한다.
슈태테바우는 개별 건축의 논리를 넘어 '도시의 시각'에서 건축을 계획하는 통찰을 의미한다. 도시의 흐름을 읽고 주변 도시 조직에 비해 모나지 않는 장소 중심적 배치를 통해, 건축이 점유한 '땅을 사용하는 방식'을 이웃과 공유한다. 여기서 계획 대상 건축물이 도시의 외부공간을 받아들이는 섬세한 방식을 통해 마당, 중정 등 건축물 내의 외부공간이 구획된다. 공적, 준사적, 사적 영역은 매우 간결한 건축물의 배치로 정의되며, 건축 스케일에서의 이러한 최적화된 단순한 볼륨들은 건축물의 미학적 완성도를 넘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
결국 슈태테바우는 건축을 통해 도시의 시공간적 연속성을 연장하는 작업이다. 도시의 형태적 특징이 반영된 슈태테바우적 건축물은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은 자연스러운 필연성을 획득한다. 가로의 맥락과 도시의 공간 체계는 건축물 내부로 재해석되어 흘러들며, 이를 통해 도시공간은 더욱 풍요로워진다. 즉, 슈태테바우는 고립된 내부 공간의 완성보다 도시 외부공간의 활성화와 보행 환경의 구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실천적 태도이며, 이를 통해 건축물은 도시라는 생태계의 건강한 일부로 자리 잡는다.
유리 튤립의 그림자를 만나러 가요
《유리 튤립의 그림자를 만나러 가요》
‘유리 튤립’으로 불리는 심해 멍게류 생물 ‘모굴라 페던쿨라타(Molgula pedunculata)’는 반투명한 몸체에 튤립과 흡사한 형태로, 심해 바닥에서 군락으로 발견되곤 한다. 동물임에도 모래 바닥에 뿌리를 내려 몸을 고정시킨 채, 해류에 따라 흔들리며 마치 심해의 꽃밭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그러나 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서는 이 군락을 인공 조명 없이 관망하기는 불가능하다. 반투명한 몸체에 인위적으로 빛을 비추어야 비로소 희미한 투명함을 마주할 수 있다.
인간에게도 정신적 심해는 존재한다. 타인과 소통하며 드러나는 생각과 달리, 타인이 절대로 알 수 없는 본인만의 ‘진짜 생각’. 인간은 모두 오로지 본인만이 알고 있는 지극히 폐쇄적인 생각을 자신의 심해 속에 보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세 명의 작가는 인간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들을 직면하고, 고찰하기를 시도한다. 폐쇄적인 의식으로의 의도적 접근을 통해 성찰 혹은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방한다.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정신적 심해로의 잠수와, 투명한 의식의 ‘모굴라 페던쿨라타’를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유리 튤립의 그림자를 만나러 가요》
작가: 류지원 @rryuujjii_art 방서영 @se02b.art 엄경미 @raegang.w
기획: 엄경미
협력: 갤러리 지하
그래픽디자인: 류지원
25. 12. 08. - 25. 12. 14.
11:00 - 21: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