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락다몬과 체어맨은 이미지를 다루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나의 공간을 구성하는 시도를 했다. 두 작가는 각자의 작업을 나란히 놓음으로써, 익숙한 장면들이 다른 방식으로 보이는 순간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락다몬은 흐릿한 시선과 왜곡된 형태를 통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장면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구성을 시도했다. 익숙한 이미지가 미묘하게 어긋나거나 흐려지면서, 관람자는 그것을 다시 인식하고 해석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일상 속 장면들이 가진 낯선 감각을 드러내고자 했다.
체어맨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와 상황을 풀어내며 공간 안에 다른 리듬을 만드는 시도를 했다. 작가는 비교적 가볍고 직관적으로 보이는 장면 속에 작은 긴장이나 여운을 남기며, 단순히 지나쳐 보던 이미지들이 오래 머무르는 감각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서로 다른 두 작업은 한 공간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어떤 작품은 익숙해 보이지만 어딘가 어긋난 감각을 남기고, 어떤 작품은 가볍게 보이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작가들은 이러한 구성 속에서 관람자가 작품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경험하기를 기대했다.
이번 전시는 특별한 설명 없이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다. 작가들은 관람자가 작품 사이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보고, 생각하고, 혹은 단순히 머무르는 경험 자체를 하나의 감상 방식으로 제안하고자 했다.
Less is more
《Less is more》
나는 사람을 바라보고, 그 안의 고유한 개성을 찾는 그 순간에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세상에 단 한 명도 같은 존재가 없기에, 그 개성을 사진 안에 온전히 남기고 싶다.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수히 찍고 지우고 출력할 수 있는 디지털의 편리함 속에서는 피사체와 마주하는 나의 마음이 얇아지는 느낌이 든다. 반면 필름은 한 장이 가진 무게가 나를 더 느리게, 더 진심으로 사람을 바라보게 만든다. 나는 그 느린 시선 속에서 모델이 가진 고유한 온도와 서사를 발견하고 카메라에 담는다.
촬영을 이어오며 나는 화려한 스타일링과 일관되게 정해진 표정 속에서 스스로와의 시선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마치 사회에서 ‘어른답게’,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틀에 갇힌 우리 자신의 모습처럼. 그래서 나는 모든 장식을 걷어내고, 가장 편안한 장소와 몸짓, 표정 속에서 모델이 본래 가진 개성을 다시 드러나게 하고 싶었다. 덜어냄은 단순한 비움이 아니라 본질로 돌아가는 선택이다. 이 전시 LESS IS MORE는 그 절제의 미학을 통해 불필요한 것들을 지워냈을 때 비로소 얼굴 위에 떠오르는 진심과 고유한 존재를 빛으로 담아낸 기록이다.
《Less is more》
작가: 권오륜 @5ryunkwon
25. 12. 04. - 25. 12. 07.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