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크림색 서랍장 두 번째 서랍 안에 노랑, 보라, 하양, 파랑, 빨강의 꽃이 피었다. 빛이 들지 않는 이곳에서도 꽃은 핀다. 나는 이 꽃들과 너를 만나러 간다. 철교를 건너는 지하철 소리는 규칙적이고 창밖 버드나무의 초록은 점점 빨라진다. 햇살에 빛나는 강은 눈이 부시다.
오려진 사람은 오려져서 영원해져 버렸나. 계단이 계단을 오르고 어느새 깊은 밤이 녹아내린다. 오래전 비탈길 고양이는 자신의 길을 가고 지금 누군가에게는 여름, 바람이 불어온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에서 발견하게 되는 잠재성을 회화의 언어로 시각화하여 작업하고 있다. 나의 시간, 타인의 시간, 친숙한 공간, 낯선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어떤 계기를 사물에 투영한다. 영화, 음악, 여행, 소설, 시는 끊임없이 짙은 현실과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 사고의 확장과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을 작업에 반영하기도 한다.
락다몬 & 체어맨 2인전
락다몬과 체어맨은 이미지를 다루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하나의 공간을 구성하는 시도를 했다. 두 작가는 각자의 작업을 나란히 놓음으로써, 익숙한 장면들이 다른 방식으로 보이는 순간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락다몬은 흐릿한 시선과 왜곡된 형태를 통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장면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구성을 시도했다. 익숙한 이미지가 미묘하게 어긋나거나 흐려지면서, 관람자는 그것을 다시 인식하고 해석하게 된다. 작가는 이러한 방식으로 일상 속 장면들이 가진 낯선 감각을 드러내고자 했다.
체어맨은 또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와 상황을 풀어내며 공간 안에 다른 리듬을 만드는 시도를 했다. 작가는 비교적 가볍고 직관적으로 보이는 장면 속에 작은 긴장이나 여운을 남기며, 단순히 지나쳐 보던 이미지들이 오래 머무르는 감각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서로 다른 두 작업은 한 공간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어떤 작품은 익숙해 보이지만 어딘가 어긋난 감각을 남기고, 어떤 작품은 가볍게 보이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작가들은 이러한 구성 속에서 관람자가 작품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미지를 경험하기를 기대했다.
이번 전시는 특별한 설명 없이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을 지향했다. 작가들은 관람자가 작품 사이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보고, 생각하고, 혹은 단순히 머무르는 경험 자체를 하나의 감상 방식으로 제안하고자 했다.
《락다몬 & 체어맨 2인전》
작가: 락다몬 @rak.damon 체어맨 @chair_man_46
26. 03. 06. - 26. 03. 09.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