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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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하는 표면》은 물의 부피와 그 물리적 속성을 회화적 표면 위에서 다루는 작업으로 구성된다. 형태를 갖지 않는 물은 일정한 모습을 유지하지 않지만, '팽창하는 표면'은 부피를 지니며 공간을 점유한다. 이 전시는 그러한 보이지 않는 물의 부피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질문에서 출발한다.
전시장에 놓인 작업들은 평평한 캔버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더 이상 평면에 머물지 않는다. 구겨지고 눌리며 변형된 표면은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의해 밀려나고, 그 결과로 굴곡과 팽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표면은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 압력과 밀도가 작용한 흔적을 드러내는 상태로 존재한다.
관람자는 작품을 ‘읽기’보다 ‘마주하게’ 된다. 표면 위에 드러난 형태는 특정한 대상을 지시하지 않지만, 물이 지닌 부피와 흐름, 그리고 그것이 남긴 흔적을 물질적으로 환기시킨다.
이 전시는 평면과 부피 사이의 경계를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표면 안에서 두 성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상태를 제시하며, 회화가 물리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팽창하는 표면》은 보이지 않는 부피가 어떻게 표면을 통해 드러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형태를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자리이다.
유리 튤립의 그림자를 만나러 가요
《유리 튤립의 그림자를 만나러 가요》
‘유리 튤립’으로 불리는 심해 멍게류 생물 ‘모굴라 페던쿨라타(Molgula pedunculata)’는 반투명한 몸체에 튤립과 흡사한 형태로, 심해 바닥에서 군락으로 발견되곤 한다. 동물임에도 모래 바닥에 뿌리를 내려 몸을 고정시킨 채, 해류에 따라 흔들리며 마치 심해의 꽃밭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그러나 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서는 이 군락을 인공 조명 없이 관망하기는 불가능하다. 반투명한 몸체에 인위적으로 빛을 비추어야 비로소 희미한 투명함을 마주할 수 있다.
인간에게도 정신적 심해는 존재한다. 타인과 소통하며 드러나는 생각과 달리, 타인이 절대로 알 수 없는 본인만의 ‘진짜 생각’. 인간은 모두 오로지 본인만이 알고 있는 지극히 폐쇄적인 생각을 자신의 심해 속에 보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세 명의 작가는 인간의 솔직한 감정과 생각들을 직면하고, 고찰하기를 시도한다. 폐쇄적인 의식으로의 의도적 접근을 통해 성찰 혹은 치유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방한다.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정신적 심해로의 잠수와, 투명한 의식의 ‘모굴라 페던쿨라타’를 마주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유리 튤립의 그림자를 만나러 가요》
작가: 류지원 @rryuujjii_art 방서영 @se02b.art 엄경미 @raegang.w
기획: 엄경미
협력: 갤러리 지하
그래픽디자인: 류지원
25. 12. 08. - 25. 12. 14.
11:00 - 21: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