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전시 《GRAVITY: 그 당연함에 대하여》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끌어당기는 절대적인 법칙, '중력'의 속성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대상을 깊이 관찰하고 화폭에 담아내는 행위는, 중력이 그러하듯 대상을 향해 작용하는 당연하고 거부할 수 없는 끌림과 닮아있다.
이번 작업에서 물을 가득 머금은 수채화와 과슈 물감은 중력을 따라 화면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작가의 손끝을 떠나 캔버스 위를 가로지르는 물의 궤적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인 동시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깊어지는 기억과 감정의 자국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역시 이러한 순리 안에 놓여 있다. 깊은 애정을 나누는 기쁨과 언젠가 맞이할 필연적인 이별은, 중력처럼 피할 수 없는 삶의 당연한 흐름이다. 캔버스 위에 수직으로 맺히는 물감의 흐름에는 이 아리고도 무거운 순리의 무게가 담겨 있다.
작가는 물감의 흘러내림이라는 시각적 언어를 통해 순리를 담담히 쫓아간다. 이번 전시가 중력이 만들어낸 궤적을 따라, 우리 삶을 이루는 당연한 순리와 그 안에 들어찬 순간들을 가만히 반추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손진 개인전
Poetry&Thought
‘양가성’이라는 개념은 작가의 창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모순이 공존하는 예술적 특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전통 서양화 학원의 교육을 받았지만 현대미술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창작이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과거 회화 기교와 물감 물성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이미지 표현’에 집중했다. 또 한국 유학 경험이 다른 예술적 분위기와 사회질서를 불어넣으면서 ‘이방인’으로서의 내적 갈등과 충돌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코로나의 영향을 받아 작가는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작품에는 삶과 죽음, 두려움과 숭고함, 허무와 초월, 질서와 혼란, 현실과 허황, 자기인식과 소외, 대립과 조화, 현대와 원시 등 다양한 모순된 개념의 공존이 끊임없이 제시된다. 이러한 대립적인 요소들이 서로 얽혀 모순과 충돌로 가득 찬 시각적 효과를 형성함과 동시에 자신에 대한 깊은 반성을 불러일으켰다.
손진(SUN ZHEN) @ssrs_1119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회화) 박사 수료
중국 랴오닝사범대학교 대학원 미술(유화) 석사 졸업
중국 남경사법대학교 태주학원 미술학과(사범) 학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