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전시 《GRAVITY: 그 당연함에 대하여》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끌어당기는 절대적인 법칙, '중력'의 속성에서 출발한다. 작가에게 대상을 깊이 관찰하고 화폭에 담아내는 행위는, 중력이 그러하듯 대상을 향해 작용하는 당연하고 거부할 수 없는 끌림과 닮아있다.
이번 작업에서 물을 가득 머금은 수채화와 과슈 물감은 중력을 따라 화면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린다. 작가의 손끝을 떠나 캔버스 위를 가로지르는 물의 궤적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인 동시에, 시간이 흐름에 따라 깊어지는 기억과 감정의 자국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 역시 이러한 순리 안에 놓여 있다. 깊은 애정을 나누는 기쁨과 언젠가 맞이할 필연적인 이별은, 중력처럼 피할 수 없는 삶의 당연한 흐름이다. 캔버스 위에 수직으로 맺히는 물감의 흐름에는 이 아리고도 무거운 순리의 무게가 담겨 있다.
작가는 물감의 흘러내림이라는 시각적 언어를 통해 순리를 담담히 쫓아간다. 이번 전시가 중력이 만들어낸 궤적을 따라, 우리 삶을 이루는 당연한 순리와 그 안에 들어찬 순간들을 가만히 반추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차종휘 개인전
도시구성 / 都市構成 / Urban Composition
작가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스팔트와 아파트가 익숙한 세대이다. 유년시절 두 발 아래 가장 자연스러운 것은 보도블럭이였다. 흔히 자연이라 일컬어지는 흙에 지지해 펼쳐진 풀과 나무가 이뤄낸 숲 보다, 서로 계획하에 잘 짜여진 구성요소 들로 이루어진 도시속에서 편리함을 누리며 자랐다. 땅을 잊고 살았다 생각했지만 늘 자연의 품 안에 있었다. 대지 위에 차곡차곡 쌓여진 것이 도시였고 모든 것을 품고 있던 하늘이 언제나 존재했다.
러너이기도 한 작가는 도심을 뛰면서 바라본 하늘을 통해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한다. 본 전시는 작가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 풍경을 통해 도심의 구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고찰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고정된 서사를 벗어나 공간을 초월하여 펼쳐낸 그래픽으로 하늘을 재구성하고 아이디어와 상상에 의해 펼쳐진 이야기와 장면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했다. 마치 산책하며 놀이를 하듯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사진 매체를 기초로 한 작품을 통해 공간과 평면, 자연과 건축, 현실과 허구 등 상반된 개념을 서로 연결하여 작품을 보여준다.
실재하는 도심의 구성요소들을 재조합한 15점의 신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Urban Composition(도시구성)‘이라는 주제에 다가간다. 나아가 전시는 전체론적 관점에서의 도시를 바라보며 친숙함과 이질성의 관계를 생각하고, 공간 경험에 대한 상상을 통해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며 펼쳐진 현재의 도심 속 진정한 구성원인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권유한다.
자연, 인간, 테크 현시대를 이루는 구성들 속에서 디자인적 시각으로서 사회적 현상과 이슈를 다루고자 한다.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며 움직이고 변화하는 시대속에서 공존하고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 디자인을 통해 소통하고 지속가능한 모습까지 헤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