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경희대학교 미술학부 회화전공 3학년 전시 《무형의 울림》은 눈에 보이지 않고 형태를 가질 수 없는 감정이나 내면의 움직임을 탐구합니다. 이 전시는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감정이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지나며 우리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작은 떨림을 남기고, 그 파장이 우리 삶과 진동하며 울림을 만들어내는 순간들을 포착하여 시각적으로 남깁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소할 수도 있는 작은 감정들의 흔적을 일깨워 각자의 삶의 울림과 공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과정 속 평평한 수많은 단어 중 상실, 죽음은 더 이상 종이 위 글자가 아닌 생경한 감정이 되어 체화되었습니다. 붓질의 유영으로 드로잉적인 터치의 생동하는 회화를 표현합니다. 비물질적인 주제인 생과 사의 흔적들을 신체에 투영하던 작업에 이어 현재는 식물의 자생력을 투영하여 삶을 관철하는 작업들을 잇습니다. 식물은 나를 빗대기도 우리를 은유하기도 하는 주체이자 객체가 되어 애도와 공감을 넘어서 삶의 의지와 원동력, 자생력을 피력합니다.
- 퇴색
存의 그러함이 퇴하는 찰나마다 바래지는 빛의 유한한 유희.
매 순간 달아나는 색채를 붙들어 담아놓으려는 즉흥적 유희.
존재의 찰나, 그 찰나의 빛, 그 무엇도 멎지 못하다.
- 경계선
나의 공명을 파동하게 할 그 틈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의 역전화를 가능케 한 적시의 앎은 이와 같다. 여느 때와 같이 작업의 타개 방안 위한 실험 중 마주친 해방이라는 주제. 장악하는 뿌연 운무의 갇혀 공상하는 갈피, 모호한 그 실체의 경계선을 마주하고 해체하자 선명해지는 공명.
- 경계선에서의 해체와 해방
생과 소멸의 경계.
비물질을 투영한 물질의 경계.
동서양 장르의 경계.
무채색과 색채의 경계.
이상과 현실의 경계.
이성과 감성의 경계.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
은유와 직설의 경계.
사유와 무의식의 경계.
수많은 경계선 위에 서서 해방을 공상하다.
늘 경계선 위에 서서 양립할 수 없는 지점을 고뇌하고, 양립할 수 있기를 사유했다. 어느 것을 은폐하지 않으며 어느 것을 은폐할지 서성였던 그 투쟁의 과정이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되뇌며 더욱 치열한 담금질로 광활한 연마의 폭을 마주하고 싶다. 이러한 작업적 의식화는 매번 새로운 확장된 세계의 경계선으로 이끌 것임을 확신하는 바이다.
@hyerose_palet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