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크림색 서랍장 두 번째 서랍 안에 노랑, 보라, 하양, 파랑, 빨강의 꽃이 피었다. 빛이 들지 않는 이곳에서도 꽃은 핀다. 나는 이 꽃들과 너를 만나러 간다. 철교를 건너는 지하철 소리는 규칙적이고 창밖 버드나무의 초록은 점점 빨라진다. 햇살에 빛나는 강은 눈이 부시다.
오려진 사람은 오려져서 영원해져 버렸나. 계단이 계단을 오르고 어느새 깊은 밤이 녹아내린다. 오래전 비탈길 고양이는 자신의 길을 가고 지금 누군가에게는 여름, 바람이 불어온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에서 발견하게 되는 잠재성을 회화의 언어로 시각화하여 작업하고 있다. 나의 시간, 타인의 시간, 친숙한 공간, 낯선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어떤 계기를 사물에 투영한다. 영화, 음악, 여행, 소설, 시는 끊임없이 짙은 현실과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 사고의 확장과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을 작업에 반영하기도 한다.
양민애 개인전
지나친 풍경 風景
이번 <지나친 풍경 風景>는 지난 1년간 본인이 경험하고 지나쳐온 풍경들의 찰나를 표현한 전시이다. 여기서 풍경風景이란 한자 뜻풀이 그대로 ‘바람의 장면’이라 해석할 수 있는데, ‘風景’ 즉, 자연의 한순간을 그린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하지만 이는 서양의 풍경(landscape)과는 다른 의미이다. 서양의 풍경이 객관화된 어떤 형상을 똑같이 표현하려 노력하였다면, 고대 동아시아 예술가들은 보이는 그대로를 똑같이 재현하기보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다시 말하면, 동양의 예술가들은 자신의 내적 감정, 즉 작가를 둘러싼 그 순간의 기분, 또는 공기와 분위기를 체화한 후 풍경을 빌려 나타내려 노력한 것이다. 본인은 전통 재료인 지필묵을 사용하여 과거 동아시아 예술가들과 마찬가지로 현시대의 풍경을 체화해 보이지 않는 본인의 심상으로 나타내고 있다.
양민애
덕성여자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미술학 석사졸업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미술학 박사수료
2016 제주 바람展 , 제주예술의전당, 제주
2017 필묵展,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17 예술로 소통하다, 전남 국제 수묵비엔날레, 목포
2018 와원展,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20 필묵展,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20 장자, 강강술래하다, 금보성아트센터, 서울
2021 아시아프, 서울
2022 무지개막전, 금보성아트센터, 서울
2023 용기 안에 容器, 갤러리 57,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