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크림색 서랍장 두 번째 서랍 안에 노랑, 보라, 하양, 파랑, 빨강의 꽃이 피었다. 빛이 들지 않는 이곳에서도 꽃은 핀다. 나는 이 꽃들과 너를 만나러 간다. 철교를 건너는 지하철 소리는 규칙적이고 창밖 버드나무의 초록은 점점 빨라진다. 햇살에 빛나는 강은 눈이 부시다.
오려진 사람은 오려져서 영원해져 버렸나. 계단이 계단을 오르고 어느새 깊은 밤이 녹아내린다. 오래전 비탈길 고양이는 자신의 길을 가고 지금 누군가에게는 여름, 바람이 불어온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에서 발견하게 되는 잠재성을 회화의 언어로 시각화하여 작업하고 있다. 나의 시간, 타인의 시간, 친숙한 공간, 낯선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어떤 계기를 사물에 투영한다. 영화, 음악, 여행, 소설, 시는 끊임없이 짙은 현실과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 사고의 확장과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을 작업에 반영하기도 한다.
이형진
느낌 있는 세상
도심 속에서 보이는 풍경들 중 나의 시선이 닿는 것들을 그린다. 실물을 보며 느낀 것을 그리기도 하고, 그리고 싶은 풍경을 상상하거나 인터넷으로 찾아 좀 더 자세히 묘사하기도 한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는 보는 것에 한계가 있지만, 내 마음에 와닿는 풍경을 위해 눈과 손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그림을 그려낸다. 내게 보이는 만큼, 혹은 늘 상상했던 만큼 나만의 세상을 찾는다.
이와정(Lee Wajeong)
이형진(Lee Hyeongjin)
2021, <도시의 조각>, 집현전, 인천
2021, <협동작전>, 사진 공간 배다리, 인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