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를 위해 썼을 뿐인 이 일기를 사람들은 몹시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부자연스러움이 바로 나의 자연스러움이다. 정신의 생애를 세밀하게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 외에 내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이 또 뭐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 일을 하기 위해 그리 큰 정성을 기울일 필요도 없다. 특별한 순서로 글을 배치하는 것도 아니고, 스타일을 특별하게 가다듬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의 언어는 지극히 당연하게도 평소의 내가 생각할 때 구사하는 그런 언어다."
- 페르난도 페소아,「불안의 서」中
우리는 우울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울로 가득차 오히려 우울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순의 상황에서 최연화는 우울함을 말한다. 만성우울증부터 불안, 공황, 수면, 경계성 인격장애를 가진 작가는 자신의 불안과 타인의 불안을 사진으로 표현한다. 불안을 드러내는 행위는 스스로 내면의 고통을 직접 마주하게 하여 결국 불안을 소멸시킨다. 그는 관객이 고통스럽기를 바란다. 고통을 느끼는 순간이 고통을 털어버리는 바로 그때이다.
글 최연화, 김기환
전시 <아가미>는 뭍을 떠나 물로, 그리고 더 깊은 곳으로 향하는 네 명의 여정을 보여주고 기록한다. 아무도 모르는 심해의 어딘가로 향하며, 마치 탐험가의 설렘과, 스스로에게 던지는 의구심 짙은 질문과, 때로는 미지에 대한 혼란까지 모든 것이 허용된다. 이는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았기 때문이며, 우리는 어딘가에서 어딘가로 옮겨가고 옮겨지면서 나와 이 세계를 만나고 알아갈 뿐이다. 그러니 닿고자 하는 지점이 미정인 것은, 불안 혹은 두려움보단 무한한 가능성과 무진한 기대에 가깝다.
전시의 제목이자 큰 키워드인 ‘아가미’는 정해진 것 없는, 예상할 수 없는, 기약할 수 없고 확신할 수 없는 그곳에 참여하기 위한 수단이자 호흡 그 자체다. 다만 이곳에서의 호흡은 여과를 목적으로 하는 보통의 호흡과는 사뭇 다르다. 나와 세상을 매개하고, 내게 들어온, 또는 내가 들이마신 것들을 가장 개인적인 것으로 새로이 만들어 내보내는 행위이다. 여기 그렇게 네 개의 세상이 있고, 네 개의 시선이 만난다. 깊은 바다 그 아래 어딘가의 이야기는 이제 수면 위를 향한다.
12:00 - 18:00
아가미 (강혜인, 박규원, 박소민, 우정연)
@_somarchives
@paralleline_77
@hyeneeeeeeeeee
@w0.0yeonnn
팀 '아가미'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각기 다른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네 명의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 <아가미>에서 그들의 첫 번째 발걸음을 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