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사랑하는 순간은 어디에나 있다.

 낯선 이방인으로 존재하는 곳에서도, 사랑하는 순간들은 어디에나 있음을 느끼며 준비해 왔습니다. 어려운 상황에도, 그 안에서 여유를 가지고 사랑하는 순간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순간들을 사랑하시나요? 저는 최근 적당히 쌀쌀한 날씨 속에서 몸을 부르르 떨며 마셨던 따뜻한 카푸치노, 오랜만에 주문한 소주가 입안에서 달콤하게 퍼졌던 순간, 그리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취향을 흠뻑 나누며 깊은 대화를 나눴던 시간이 생각납니다. 그런 소소하지만 특별한 순간들이 저에게는 사랑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이 전시가 여러분에게도 그런 순간들에 대한 공감과 여유를 선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이 공간에서 잠시라도 사랑하는 순간을 만나실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저에게는 큰 기쁨이 될 것입니다.


지난 전시임준호 : 그냥 그렇게 있어야만 한다.



전시소개

외주 작업을 하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먹고 사는것도 다 좋은데, 어느덧 작가의 정체성은 희미해진 지 오래였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먹고 사는 걸 생각하니 내가 누구인지 잊었나보다. 

원대한 작업을 꿈꾸다가 결론이 나왔다. 3D 모델러로서 사는 현재의 나도 나라는 것을.

언젠가 조형 작업에 쓰려고 틈틈히 만들어두었던 3D 데이터를 불러와 의도적으로 형태를 일그러트리면서 나는 변용 중첩된 이미지들을 창조해 나아갔다. 이미지는 다시 음영화를 거쳐 3D 부조 데이터를 구축해 출력하였다. 각 부조에 담긴 형상에 굳이 큰 의미를 담진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행위를 통해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다시금 상기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의 작업물들은 그저 그렇게 있어야만 한다. 마치 내가 지금 이 길 위에서 그냥 서있는 것처럼.

전시기간2022년 10월 26일(수) - 2022년 10월 30일(일)
운영시간13:00 - 18:00
참여작가임준호
작가소개

3D 그래픽 디자이너와 소조 작가를 겸하고 있으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대해 느낀 바를 작업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moonraebear

전시장소갤러리 지하 (서울시 마포구 서강로11길 15 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