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경희대학교 미술학부 회화전공 3학년 전시 《무형의 울림》은 눈에 보이지 않고 형태를 가질 수 없는 감정이나 내면의 움직임을 탐구합니다. 이 전시는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감정이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지나며 우리의 마음 속 어딘가에 작은 떨림을 남기고, 그 파장이 우리 삶과 진동하며 울림을 만들어내는 순간들을 포착하여 시각적으로 남깁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소할 수도 있는 작은 감정들의 흔적을 일깨워 각자의 삶의 울림과 공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청화 개인전
O(zero) waves expanded ver. NO.1
O(zero) waves expanded ver. NO.1 :《기원(紀元)을 거슬러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
- 한주옥(큐레이터, 미학)
오랜 시간 동안 작가 오지혜(청화)에게 회화는 마음의 안식처이자 치유의 공간으로 성립했다. 이 문장은 조금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회화가 촉발한 과정 그리고 화면 속에서 세계를 재현하는 작가의 감각을 되짚어 보면, 과거에 대한 반성 그리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응집된 회화가 가지고 있는 치유적 역할에 주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을 설명하기 전, 작가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책상 위에 작은 원을 그렸다. 시작점이 된 작은 원에서부터 손가락은 나선(Spiral)을 그리며 점차 큰 원으로 퍼졌다가 다시 중심을 향해 작아졌다. 이 움직임은 여러 번 반복되었고, 그 과정을 눈으로 함께 따라가기를 반복했다. 잔잔한 수면 위 누군가 던진 돌에 의해 생기는 파문(波紋), 스스로의 중심을 휘감아 돌아가는 소용돌이 의지, 파동이 만들어낸 구조와 리듬, 그리고 움직임이 일기 전 무정형의 상태, 어느새 우리와는 상관없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가진 무한한 흐름과 파동이 머릿속 정확하게는 마음속으로 퍼져갔다. 작가는 이 나선 원의 기원(Ursprung)을 수많은 관계의 양상 속에서 생겼다가 다시 사라지는 감정의 속성에 비유한다. 일정한 리듬과 속도로 번지는 나선의 파장은 무한한 흡입력을 불러일으키고 몸집을 불리며 확장된다. 그러다 최초의 시간과 공간은 감정의 사건과 함께 점차 0에 가까워지며 아득한 심연, 무(無)의 시공을 향해 옅어진다. 전시 타이틀 《O (zero) waves expanded ver. NO. 1》에서도 드러나듯, 여기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무’의 시간, ‘영점’의 공간에서 경험과 감각이 완전하게 싱크되는 생성의 패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 생으로 직결한 가능성의 회화를 발견하는 것이다. 태초에 사랑이 있다고 말하듯 태초에 존재했을 감정의 기원을 상상해 본다.
- 전시 서문 중 일부 -
청화 @cheonghwa_o
'자아성찰'과 '치유'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작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치유’라는 개념을 특유의 시각언어로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이러한 시각언어가 자신의 내면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생각의 주체가 외부에 의해 형성된 자아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연결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