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프랙탈 밸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패턴들로 이루어진, 조금은 신기하고 조금은 장난스러운 세계다. 가까이 보면 복잡한 수학 구조 같고, 멀리서 보면 거대한 블록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무한 패턴의 골짜기 곳곳에는 작고 귀여운 생명들이 숨어 지내며 저마다의 모험을 펼친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 상상의 공간을 탐험하는 하나의 여정이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프랙탈 구조 속에서, 만화 속 캐릭터 같은 작은 존재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고,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용감하게 새로운 공간에 발을 디딘다. 끝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구조물의 틈새에서 피어난 작은 꽃과 그것을 발견한 꼬마 탐험가는 이 전시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여기에서 프랙탈은 어렵거나 무거운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만화처럼 친근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기하학적 패턴과 귀여운 상상력이 함께 어우러진 하나의 놀이터가 된다. 무한한 구조 속에서도 작은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눈에 띄게 반짝인다.
무한한 패턴 속에서 작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을 통해,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의 일상에 자리한 작고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랙탈’도, ‘만화’도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상상력의 세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랙탈 밸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무한 패턴 속 작은 모험이 곧 시작됩니다.”
릉화(성하민)
유인원
[우리]가 누리던 권능은 우두머리를 잃어버린 채 대화가 되어 그 모든 걸 족쇄라 말하며 [우리]에게 더 나은 이해를 제공합니다. [우리]들은 본래 집단에서 서로를 돌보고 지원하며 때로는 교감을 통해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합니다. [우리]들은 영역 내에서 파트너를 선택하고 서로에게 관심을 표현하며, 마침내 이뤄낸 영역 구성원(들)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결속을 강화합니다. 오랜 시간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는 자경단들을 피해 [우리]는 서로에게 피지배자가 되어 서로를 통제하는 질서를 보존합니다.
허나 [우리]는 우리 이전에 나아가왔던 것들이 느낀 억제에서 오는 성취감을 그대로 붕괴하고 그 균열에 다른 호흡을 반영하려 합니다. 저는 분명 [우리]를 쟁취했고 당신도 분명 [우리]를 가졌습니다. 어째서 악취가 흐르는 그런 색깔로 탈피했는지 저는 당신에게 궁금한 게 많습니다.
[우리]는 과연 짐승보다 우월한 유인원일까.
[우리]는 어쩌면 인간보다 저능한 유인원일까.
<유인원>
릉화(성하민) @ru.nhwa
24. 8. 15. - 24. 8. 18.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