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우리는 언제쯤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이번 전시는 사랑, 불안, 수치심, 평온과 같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을 마주한다. 감정을 이해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기보다, 감정이 있는 그대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한다. 작품들은 빠른 해석이나 명확한 메시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관람자가 한 장면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에 조용히 접촉하도록 이끈다. 이 과정에서 불안과 수치심은 제거되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사랑과 평온으로 향하는 과정 속에 함께 존재하는 상태로 다루어진다. 각자가 자신의 속도로 감정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끌어안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긴다. 《내가 나를 끌어안는 방법, THE WAY I HUG MYSELF》는 스스로에게 다정해지는 연습을 위한 공간이다.
작가는 사랑과 불안, 수치심과 평온처럼 말로 규정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이미지로 탐구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설명되기보다 한 장면 속에 머무르며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작가의 작업은 감정을 해결하거나 교정하기보다 감정과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작업 속에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몸, 텅 빈 공간, 반복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는 특정한 인물이나 이야기를 지시하기보다는 관람자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여백으로 기능하고, 감정과 조용히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Less is more
《Less is more》
나는 사람을 바라보고, 그 안의 고유한 개성을 찾는 그 순간에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세상에 단 한 명도 같은 존재가 없기에, 그 개성을 사진 안에 온전히 남기고 싶다.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수히 찍고 지우고 출력할 수 있는 디지털의 편리함 속에서는 피사체와 마주하는 나의 마음이 얇아지는 느낌이 든다. 반면 필름은 한 장이 가진 무게가 나를 더 느리게, 더 진심으로 사람을 바라보게 만든다. 나는 그 느린 시선 속에서 모델이 가진 고유한 온도와 서사를 발견하고 카메라에 담는다.
촬영을 이어오며 나는 화려한 스타일링과 일관되게 정해진 표정 속에서 스스로와의 시선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마치 사회에서 ‘어른답게’, ‘남들처럼’ 살아야 한다는 틀에 갇힌 우리 자신의 모습처럼. 그래서 나는 모든 장식을 걷어내고, 가장 편안한 장소와 몸짓, 표정 속에서 모델이 본래 가진 개성을 다시 드러나게 하고 싶었다. 덜어냄은 단순한 비움이 아니라 본질로 돌아가는 선택이다. 이 전시 LESS IS MORE는 그 절제의 미학을 통해 불필요한 것들을 지워냈을 때 비로소 얼굴 위에 떠오르는 진심과 고유한 존재를 빛으로 담아낸 기록이다.
《Less is more》
작가: 권오륜 @5ryunkwon
25. 12. 04. - 25. 12. 07.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