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우리는 언제쯤 온전히 사랑할 수 있을까?
이번 전시는 사랑, 불안, 수치심, 평온과 같이 쉽게 정리되지 않는 감정들을 마주한다. 감정을 이해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다루기보다, 감정이 있는 그대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제안한다. 작품들은 빠른 해석이나 명확한 메시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관람자가 한 장면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에 조용히 접촉하도록 이끈다. 이 과정에서 불안과 수치심은 제거되어야 할 감정이 아니라 사랑과 평온으로 향하는 과정 속에 함께 존재하는 상태로 다루어진다. 각자가 자신의 속도로 감정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을 끌어안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긴다. 《내가 나를 끌어안는 방법, THE WAY I HUG MYSELF》는 스스로에게 다정해지는 연습을 위한 공간이다.
작가는 사랑과 불안, 수치심과 평온처럼 말로 규정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이미지로 탐구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설명되기보다 한 장면 속에 머무르며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작가의 작업은 감정을 해결하거나 교정하기보다 감정과 함께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작업 속에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몸, 텅 빈 공간, 반복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이는 특정한 인물이나 이야기를 지시하기보다는 관람자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여백으로 기능하고, 감정과 조용히 접촉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이승종 인탈리오 판화전: 자본의 표면과 존재의 심연
《이승종 인탈리오 판화전: 자본의 표면과 존재의 심연》
Lee Seung Jong Intaglio Print Exhibition: The Surface of Capital and the Abyss of Existence
본 전시는 현대 사회에서 돈이 갖는 가치와 실재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판화는 원본이 복수로 제작되는 복제 형식을 띤다. 이는 실물 화폐(원본) 없이 디지털 데이터(복사본)만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대 금융 시스템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사회이론가 장 보드리야르는 이러한 현상을 ‘시뮬라크르(Simulacra)’, 즉 원본 없는 복제의 시대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인식 아래 본인은 오목판(Intaglio) 판화 연작을 통해 1달러에서 100달러까지의 미국 지폐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찢기고, 구겨지고, 파쇄된 지폐의 형상은 돈이 상징하는 가치와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을 시각화한다. 또한 지폐 속 인물들의 초상에 붙인 ‘고뇌(Agony)’라는 제목은 자본 시스템 속에서 인간이 겪는 근본적인 갈등을 은유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시스템의 겉모습, 즉 ‘자본의 표면’ 아래에는 어떤 진정한 실체가 있을까. 이 파편화된 이미지들은 관람객에게 ‘존재의 심연’을 향한 질문을 던지며, 눈에 보이는 가치 너머의 실재를 탐색하는 작가의 사유 과정을 공유한다.
《이승종 인탈리오 판화전: 자본의 표면과 존재의 심연》
작가: 이승종 @st_john_lee
뉴욕 브루클린 컬리지 미술학 석사, 판화 전공
미국 타마린드 인스티튜트 석판화 과정 수료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판화과 학사
25. 10. 29. - 25. 11. 04.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