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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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창하는 표면》은 물의 부피와 그 물리적 속성을 회화적 표면 위에서 다루는 작업으로 구성된다. 형태를 갖지 않는 물은 일정한 모습을 유지하지 않지만, '팽창하는 표면'은 부피를 지니며 공간을 점유한다. 이 전시는 그러한 보이지 않는 물의 부피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를 질문에서 출발한다.
전시장에 놓인 작업들은 평평한 캔버스를 기반으로 하지만, 더 이상 평면에 머물지 않는다. 구겨지고 눌리며 변형된 표면은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에 의해 밀려나고, 그 결과로 굴곡과 팽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표면은 이미지를 재현하기보다, 압력과 밀도가 작용한 흔적을 드러내는 상태로 존재한다.
관람자는 작품을 ‘읽기’보다 ‘마주하게’ 된다. 표면 위에 드러난 형태는 특정한 대상을 지시하지 않지만, 물이 지닌 부피와 흐름, 그리고 그것이 남긴 흔적을 물질적으로 환기시킨다.
이 전시는 평면과 부피 사이의 경계를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표면 안에서 두 성질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상태를 제시하며, 회화가 물리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팽창하는 표면》은 보이지 않는 부피가 어떻게 표면을 통해 드러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형태를 어떻게 감각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자리이다.
청화 개인전
O(zero) waves expanded ver. NO.1
O(zero) waves expanded ver. NO.1 :《기원(紀元)을 거슬러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
- 한주옥(큐레이터, 미학)
오랜 시간 동안 작가 오지혜(청화)에게 회화는 마음의 안식처이자 치유의 공간으로 성립했다. 이 문장은 조금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회화가 촉발한 과정 그리고 화면 속에서 세계를 재현하는 작가의 감각을 되짚어 보면, 과거에 대한 반성 그리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응집된 회화가 가지고 있는 치유적 역할에 주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을 설명하기 전, 작가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책상 위에 작은 원을 그렸다. 시작점이 된 작은 원에서부터 손가락은 나선(Spiral)을 그리며 점차 큰 원으로 퍼졌다가 다시 중심을 향해 작아졌다. 이 움직임은 여러 번 반복되었고, 그 과정을 눈으로 함께 따라가기를 반복했다. 잔잔한 수면 위 누군가 던진 돌에 의해 생기는 파문(波紋), 스스로의 중심을 휘감아 돌아가는 소용돌이 의지, 파동이 만들어낸 구조와 리듬, 그리고 움직임이 일기 전 무정형의 상태, 어느새 우리와는 상관없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가진 무한한 흐름과 파동이 머릿속 정확하게는 마음속으로 퍼져갔다. 작가는 이 나선 원의 기원(Ursprung)을 수많은 관계의 양상 속에서 생겼다가 다시 사라지는 감정의 속성에 비유한다. 일정한 리듬과 속도로 번지는 나선의 파장은 무한한 흡입력을 불러일으키고 몸집을 불리며 확장된다. 그러다 최초의 시간과 공간은 감정의 사건과 함께 점차 0에 가까워지며 아득한 심연, 무(無)의 시공을 향해 옅어진다. 전시 타이틀 《O (zero) waves expanded ver. NO. 1》에서도 드러나듯, 여기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무’의 시간, ‘영점’의 공간에서 경험과 감각이 완전하게 싱크되는 생성의 패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 생으로 직결한 가능성의 회화를 발견하는 것이다. 태초에 사랑이 있다고 말하듯 태초에 존재했을 감정의 기원을 상상해 본다.
- 전시 서문 중 일부 -
청화 @cheonghwa_o
'자아성찰'과 '치유'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작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치유’라는 개념을 특유의 시각언어로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이러한 시각언어가 자신의 내면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생각의 주체가 외부에 의해 형성된 자아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연결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