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놀이>는 상실이라는 경험을 참여 작가들의 놀이적 과정으로 재구성하는 예술적 실험을 상징한다. 놀이적 태도로써 상실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보다는 이를 유연하게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방식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상실의 부정적 측면으로 머물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재창조하는 강력한 놀이의 도구적 의미를 1부 전시에서 참여 작가들은 각자의 상실을 놀이적 태도로 해체했다.
그 과정은 고정된 서사와 의미를 넘어, 상실의 복합적 경험을 새롭게 정의하는 유희적 실험이었다. 본 전시는 2부 아카이브로서 이러한 실험의 흔적과 확장된 사유의 과정을 담은 공간이다. 작가들의 창작 과정, 매체의 변주, 놀이를 통해 발견된 새로운 상징과 의미들은 상실을 고정된 비극이 아닌 무한히 변형 가능한 경험으로 보여준다. 또한, 놀이적 접근이 어떻게 관객과 상호 작용하며 새로운 해석을 유도하는지 탐구한다. 단순히 자료를 나열하는 공간이 아니라, 상실의 또 다른 층위를 발견하고, 그 안에서 놀이와 재구성의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는 두번째 장이다. 기록된 놀이의 흔적을 통해, 관객은 상실 경험조차 유희로써 전환될 수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청화 개인전
O(zero) waves expanded ver. NO.1
O(zero) waves expanded ver. NO.1 :《기원(紀元)을 거슬러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
- 한주옥(큐레이터, 미학)
오랜 시간 동안 작가 오지혜(청화)에게 회화는 마음의 안식처이자 치유의 공간으로 성립했다. 이 문장은 조금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회화가 촉발한 과정 그리고 화면 속에서 세계를 재현하는 작가의 감각을 되짚어 보면, 과거에 대한 반성 그리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응집된 회화가 가지고 있는 치유적 역할에 주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을 설명하기 전, 작가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책상 위에 작은 원을 그렸다. 시작점이 된 작은 원에서부터 손가락은 나선(Spiral)을 그리며 점차 큰 원으로 퍼졌다가 다시 중심을 향해 작아졌다. 이 움직임은 여러 번 반복되었고, 그 과정을 눈으로 함께 따라가기를 반복했다. 잔잔한 수면 위 누군가 던진 돌에 의해 생기는 파문(波紋), 스스로의 중심을 휘감아 돌아가는 소용돌이 의지, 파동이 만들어낸 구조와 리듬, 그리고 움직임이 일기 전 무정형의 상태, 어느새 우리와는 상관없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가진 무한한 흐름과 파동이 머릿속 정확하게는 마음속으로 퍼져갔다. 작가는 이 나선 원의 기원(Ursprung)을 수많은 관계의 양상 속에서 생겼다가 다시 사라지는 감정의 속성에 비유한다. 일정한 리듬과 속도로 번지는 나선의 파장은 무한한 흡입력을 불러일으키고 몸집을 불리며 확장된다. 그러다 최초의 시간과 공간은 감정의 사건과 함께 점차 0에 가까워지며 아득한 심연, 무(無)의 시공을 향해 옅어진다. 전시 타이틀 《O (zero) waves expanded ver. NO. 1》에서도 드러나듯, 여기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무’의 시간, ‘영점’의 공간에서 경험과 감각이 완전하게 싱크되는 생성의 패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 생으로 직결한 가능성의 회화를 발견하는 것이다. 태초에 사랑이 있다고 말하듯 태초에 존재했을 감정의 기원을 상상해 본다.
- 전시 서문 중 일부 -
청화 @cheonghwa_o
'자아성찰'과 '치유'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작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치유’라는 개념을 특유의 시각언어로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이러한 시각언어가 자신의 내면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생각의 주체가 외부에 의해 형성된 자아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연결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