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크림색 서랍장 두 번째 서랍 안에 노랑, 보라, 하양, 파랑, 빨강의 꽃이 피었다. 빛이 들지 않는 이곳에서도 꽃은 핀다. 나는 이 꽃들과 너를 만나러 간다. 철교를 건너는 지하철 소리는 규칙적이고 창밖 버드나무의 초록은 점점 빨라진다. 햇살에 빛나는 강은 눈이 부시다.
오려진 사람은 오려져서 영원해져 버렸나. 계단이 계단을 오르고 어느새 깊은 밤이 녹아내린다. 오래전 비탈길 고양이는 자신의 길을 가고 지금 누군가에게는 여름, 바람이 불어온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물에서 발견하게 되는 잠재성을 회화의 언어로 시각화하여 작업하고 있다. 나의 시간, 타인의 시간, 친숙한 공간, 낯선 공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어떤 계기를 사물에 투영한다. 영화, 음악, 여행, 소설, 시는 끊임없이 짙은 현실과 미지의 세계로 이끌어 사고의 확장과 전환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을 작업에 반영하기도 한다.
광야에서 : in the wilderness
《광야에서 : in the wilderness》
‘무릎을 꿇다’
‘신발을 벗다’
필치않게 놓인 빈 공간에서, 존재의 목적을 재설정하려는 힘에 맞서 뜻 뭉치를 빚어냅니다. 터전에서 내쫓긴 뒤에 자연과 공기만이 둘러싼 빈 장소에서 신발을 벗고 마주하는 메세지를 생각합니다.
《광야에서 : in the wilderness》는 인간 존재가 본질과 마주하는 공간으로서의 광야를 상징적으로 탐색하는 자리입니다. 전통 채색화 기법을 바탕으로, 고대 유물의 상징과 기호를 재해석한 독자적인 시각 언어를 통해, 광야라는 거칠고도 비어있음의 공간에서 되묻는 존재의 목적, 생명력, 신앙을 그립니다.
안전한 터전에서 밀려난 후에 오로지 텅 빔만 존재하는 장소에서 신발을 벗고 선 자가 마주하게 되는 내적 의미를 풀어 냈습니다.
《광야에서 : in the wilderness》
작가: 송민정 @ruby_theophiles
성균관대학교 미술학과 동양화전공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교육대학원 석사 졸업
25. 10. 10. - 25. 10. 13.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