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이 전시는 일상적인 사물에 가해지는 작은 변화가 새로운 기능과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한다. 의자는 몸을 받치고, 조명은 빛을 비추며, 화병은 꽃을 담는다. 이미 익숙한 기능과 형태를 가진 사물들이지만, 구조나 비례, 재료, 사용 방식에 작은 변화를 더하는 것만으로도 이전에는 없던 쓰임과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작업은 익숙한 사물의 형태를 완전히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유형을 관찰하고 그 안의 한 요소를 조금 다르게 다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조를 바꾸거나 익숙한 요소의 위치를 옮기고, 하나의 기능을 강조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게 한다. 이러한 작은 개입은 때로 새로운 기능을 만들고, 기능의 변화는 다시 사물의 형태와 사용자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이 과정에서 기능은 형태를 제한하는 조건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디자인의 도구가 된다. 기능적인 이유로 만들어진 구조와 디테일은 사물에 예상하지 못했던 표정과 성격을 부여하기도 한다. 《A WAY OF THINGS》는 이러한 기능과 형태 사이의 작은 변화를 통해 실용성과 조형적 즐거움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명, 화병, 스툴을 비롯한 일상의 오브제들을 선보인다. 각각은 익숙한 사물에서 출발하지만 작은 변화를 통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기능하고 사용된다. 《A WAY OF THINGS》는 새로운 사물을 발명하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사물 안에서 또 다른 쓰임과 형태를 발견하는 하나의 방법에 관한 전시다.
청화 개인전
O(zero) waves expanded ver. NO.1
O(zero) waves expanded ver. NO.1 :《기원(紀元)을 거슬러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
- 한주옥(큐레이터, 미학)
오랜 시간 동안 작가 오지혜(청화)에게 회화는 마음의 안식처이자 치유의 공간으로 성립했다. 이 문장은 조금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회화가 촉발한 과정 그리고 화면 속에서 세계를 재현하는 작가의 감각을 되짚어 보면, 과거에 대한 반성 그리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가 응집된 회화가 가지고 있는 치유적 역할에 주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을 설명하기 전, 작가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책상 위에 작은 원을 그렸다. 시작점이 된 작은 원에서부터 손가락은 나선(Spiral)을 그리며 점차 큰 원으로 퍼졌다가 다시 중심을 향해 작아졌다. 이 움직임은 여러 번 반복되었고, 그 과정을 눈으로 함께 따라가기를 반복했다. 잔잔한 수면 위 누군가 던진 돌에 의해 생기는 파문(波紋), 스스로의 중심을 휘감아 돌아가는 소용돌이 의지, 파동이 만들어낸 구조와 리듬, 그리고 움직임이 일기 전 무정형의 상태, 어느새 우리와는 상관없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가진 무한한 흐름과 파동이 머릿속 정확하게는 마음속으로 퍼져갔다. 작가는 이 나선 원의 기원(Ursprung)을 수많은 관계의 양상 속에서 생겼다가 다시 사라지는 감정의 속성에 비유한다. 일정한 리듬과 속도로 번지는 나선의 파장은 무한한 흡입력을 불러일으키고 몸집을 불리며 확장된다. 그러다 최초의 시간과 공간은 감정의 사건과 함께 점차 0에 가까워지며 아득한 심연, 무(無)의 시공을 향해 옅어진다. 전시 타이틀 《O (zero) waves expanded ver. NO. 1》에서도 드러나듯, 여기서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무’의 시간, ‘영점’의 공간에서 경험과 감각이 완전하게 싱크되는 생성의 패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 생으로 직결한 가능성의 회화를 발견하는 것이다. 태초에 사랑이 있다고 말하듯 태초에 존재했을 감정의 기원을 상상해 본다.
- 전시 서문 중 일부 -
청화 @cheonghwa_o
'자아성찰'과 '치유'라는 주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작가의 시점에서 바라본 ‘치유’라는 개념을 특유의 시각언어로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고 이러한 시각언어가 자신의 내면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생각의 주체가 외부에 의해 형성된 자아에서 벗어나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자신의 내면으로 깊숙이 연결할 수 있는 예술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