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하에서
당신을 기다립니다.
프랙탈 밸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패턴들로 이루어진, 조금은 신기하고 조금은 장난스러운 세계다. 가까이 보면 복잡한 수학 구조 같고, 멀리서 보면 거대한 블록 장난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무한 패턴의 골짜기 곳곳에는 작고 귀여운 생명들이 숨어 지내며 저마다의 모험을 펼친다.
이번 전시는 바로 이 상상의 공간을 탐험하는 하나의 여정이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프랙탈 구조 속에서, 만화 속 캐릭터 같은 작은 존재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발견하고, 어쩌면 우리보다 훨씬 용감하게 새로운 공간에 발을 디딘다. 끝이 없을 것처럼 보이는 구조물의 틈새에서 피어난 작은 꽃과 그것을 발견한 꼬마 탐험가는 이 전시의 상징적인 장면이다. 여기에서 프랙탈은 어렵거나 무거운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만화처럼 친근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기하학적 패턴과 귀여운 상상력이 함께 어우러진 하나의 놀이터가 된다. 무한한 구조 속에서도 작은 존재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눈에 띄게 반짝인다.
무한한 패턴 속에서 작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을 통해,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의 일상에 자리한 작고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랙탈’도, ‘만화’도 어려운 것이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상상력의 세계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프랙탈 밸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무한 패턴 속 작은 모험이 곧 시작됩니다.”
안효명
신과 연결되었습니다
인간의 삶에서 꽤나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신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신의 영향력은 이미 많이 사라졌다고 말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 속에 신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신의 발아래 놓여있던 고대와 중세는 말할 것도 없고 과학이란 이름으로 열심히 신을 지우고 있는 현대에도 마찬가지이다. 왜냐하면 과학은 번개가 생기는 이유는 말해줄 수 있어도,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는 말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의 작업은 운명과 자유의지의 싸움이다. 인간은 알 수 없는 운명에 맞서 싸우고 개척해나가는 삶의 여정이다. 스스로 삶의 이유를 밝히는 모험이다. 표현방식은 직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통해 운명에 놓인 신과 인간들의 삶에 태도를 조명한다.
자유의지를 표현하는 것은 클라이밍 홀드들이다. 클라이밍은 큰 틀에서 보면 일정한 영역과 룰이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자신만의 루트를 만들고 문제를 풀어나간다. 인간의 삶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생이란 삶의 틀이 있다. 도덕과 법이란 룰이 존재한다. 이 안에서 자신만의 루트와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닮아있다. 그리스 신화의 장면에 홀드를 배치함으로써 이질적 느낌을 받는다. 이는 운명과 자유의지의 공존만큼이나 삐걱거리는 느낌을 준다. 그 안에서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아니면 또 다른 방식을 찾아낼지 끊임없이 생각할 수 있도록 여러 상징들을 배치하였다.
- 작가노트 중
<신과 연결되었습니다>
안효명 @philosopher.__.ahn
한림대학교 철학과 졸업
강원대학교 철학대학원 서양철학 석사과정 수료
24. 11. 19. - 24. 11. 25.
12:00 - 19:00
gallery JIHA, B1, 15, Seogang-ro 11-gil, Seoul